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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와 분석

영화 '아무도 모른다' 리뷰, 분석 [ 고레에다 히로카즈 / 실화 / 가족영화 / 아동 유기 ]

by 올때모기향 2023. 1. 16.

출처 : 다음 영화

 

오늘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 리뷰를 해보겠습니다. 아이들을 유기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고, 어른들의 잔인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며, 잔잔한 매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실제 아동유기 사건

 

출처 : 다음 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가족영화는 많고 유명하지만,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이번 영화인 '아무도 모른다'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에선 어딘가 문제가 있는 가족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부모가 도망친 가족이 나옵니다.

 

이런 사건을 비난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그저 모티브를 따왔을 뿐이며, 비난보다는 아이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고 감독은 말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못되고 악한 어른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그들을 묘사할 때 굉장히 악인으로 나오진 않으며, 그저 아이들을 책임지지 않는 정도에 그칩니다. 직접적인 학대나 손찌검을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실제로 아동을 1년 가까이 유기한 사건은 실제 사건이고, 주변의 무관심 속에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을 감독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부모와 떨어진 오랜 시간 동안 아이들은 많은 일을 겪게 되지만 영화의 제목처럼 '아무도 모릅니다' 영화 막바지에 한 아이가 죽게 되는데, 주변 어른들은 전혀 모르며 심지어 같은 빌라에 사는 어른들도 모릅니다. 아이들, 특히 큰 아들이자 남겨진 아이들의 가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아키라만이 아이를 수습하게 됩니다.

 

여타 다른 영화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 때, 그 사실의 비극적인 면을 강조해서 영화를 절절하게 만들거나, 극적으로 만드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가장 유명한 영화로는 유아인 배우 주연의 '베테랑'이 있겠습니다. 실화를 각색하여 인물의 악행을 보여주는 것인데, '아무도 모른다'는 그저 그러한 일이 있었다고 서술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가장 강한 특징인데, 모든 일을 담담히 표현합니다. 어떠한 사건이 일어나거나, 암시를 주거나 비유를 줄 때도 은근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에 영화를 집중해서 봐야지 전하는 메시지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개봉한 '브로커'는 이런 고레에다 감독의 특징과 다르게, 잔잔하게 전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강렬하게 이야기를 끌어나갑니다. 그래서 '고레에다 감독 작품이 아닌 것 같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버려진 불쌍한 아이들

 

출처 : 다음 영화

 

실화인 이야기를 듣고 고레에다 감독이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요? 분노를 느낄 수 있겠지만, 감독은 이번 이야기를 각색하며 '연민'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인물의 대사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예 직설적으로 '버려진 불쌍한 아이들'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근데 그 대사는 다른 인물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 아이들이 말하게 됩니다. 밖에 나가 잡초를 뜯어 집 안 베란다에서 키우게 되는데, 그 잡초들을 보며 버려진 불쌍한 아이들이라고 말합니다. 감독은 아이들을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집에서 기르는 잡초와 동일시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영화 후반에 중요한 장면이 나오는데, 잡초화분이 베란다에서 떨어져 부서지게 됩니다. 이 장면을 통해 아이들에게 굉장히 안 좋은 일, 특히 목숨을 잃는 일이 일어날 것임을 암시하게 되고, 실제로 막내 아이가 의자에서 떨어져 죽게 됩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역시 이러한 장면을 잔잔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아이가 넘어지는 장면을 비극적으로 표현하거나 아이를 붙잡고 울고불고하는 장면, 특히 신파 같은 장면은 아예 넣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사건을 담담하게 보여줄 뿐입니다. 이런 담담한 면에서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 영화였다면 의자에서 쓰러지는 장면에 슬로우 모션을 걸고 아이를 붙잡고 울고불고하는 장면으로 빼곡히 채웠겠지만, 고레에다 감독은 절대 그러지 않습니다.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아이 아키라

 

출처 : 다음 영화

 

영화에서 주인공 격 되는 인물은 아키라 역의 아역배우 야기라 유야입니다. 아역배우 최초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굉장한 연기를 보여주는데, 고레에다 감독 작품의 특징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이번 작품에서 아직 아이지만 어른이 될 수밖에 없던 가장을 연기하는데, 눈빛 연기가 굉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선 대사가 특히 많지 않은 영화이기 때문에, 더욱더 연기가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감독이 아이들을 표현할 때도, 아이가 아닌 어른에 가깝게 표현했습니다. 롱 샷으로 찍으면 작은 체구의 아이들이 더욱 왜소해 보일 텐데, 대부분의 장면은 클로즈업으로 되어있습니다. 특히, 엄마가 떠나기 전 레스토랑에서 같이 아키라가 같이 밥을 먹게 되는데, 오버 더 숄더 샷으로 두 사람이 대화를 하게 됩니다. 한 명은 성인이고, 한 명은 아이이기 때문에 앉은키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고레에다 감독은 두 인물을 모두 프레임에 가득 차게 배치해 두 인물 모두 동등한 어른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어른행세를 하고 있는 아키라도 아이처럼 지내고 싶기 마련입니다. 그 심리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이, 아이들과 방에서 게임을 하며 노는 장면이고, 두 번째로는 손을 잡아주는 장면으로 알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인물의 손이 포개지는 장면은 딱 두 번 나옵니다. 처음은 아키라가 막내인 유키의 손을 포개어 잡고 이름을 써줄 때 나옵니다. 그때는 아키라가 어른으로서 유키에게 글을 알려주는 것처럼 나옵니다. 하지만 집에선 어른이지만 밖에선 하염없는 아이가 됩니다. 두 번째로 손이 포개지는 장면은 야구를 하는 장면입니다. 야구 감독 선생님이 아키라의 손을 포개어 잡아주며 타격 폼을 알려주는데, 그 장면에서는 아키라도 여느 아이와 다름없는 평범한 아이가 되어버립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중 '아무도 모른다'가 제일 비극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리뷰한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과는 정 반대의 작품입니다.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어른의 악한 면을 보여줬다면, 후자에선 어른의 선한 면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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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지금까지 본 가장 좋은 고레에다 영화는 '걸어도 걸어도'인 것 같습니다. 리뷰 및 분석을 작성했으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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