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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와 분석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리뷰, 스포 X [ 고레에다 히로카즈 / 잔잔한 영화 / 아이들 영화 ]

by 올때모기향 2022. 12. 4.

출처 : 네이버 영화

 

오늘은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리뷰해보겠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이고, 고레에다 감독 작품 중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 따듯해지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동심을 그려낸 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지금에야 서른 살이라 어른이라 생각합니다만 10년 전인 스무 살에도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5살일 때도 어른이라고 생각했고 13살 때도 아마도 어른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어린아이의 동심을 품고 있으면서도 어른처럼 각자의 고민들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작품에서 다양한 아역배우들이 나오는데, 여기서 천년돌이라 불리는 하시모토 칸나도 나옵니다. 찾아보니 스크린에서 첫 배역을 맡은 작품이었습니다. 아직 천년돌로 이름을 알리기 전이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아이들은 저마다의 기적을 바라고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화산이 폭발하길 원하는 기적에서부터 간단하게 그림을 잘 그리게 해 달라는 기적까지 다양합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거 같은 소원들도 아이들에게는 일생의 목표인 것 마냥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그 기적을 보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방에 들어가 공부하라며 핀잔을 주거나 묵살해버릴 수 있지만 그러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기적을 이룰 수 있게 열심히 도와주는 어른들 밖에 없습니다.

 

연출에서도 동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통 어른이 나오면 어른을 기준으로 아이들을 로우 앵글로 잡을 수 있는데,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아이들이 중심인물이기 때문에 어른을 마주할 때도 어른을 하이앵글로 찍어 영화의 기준을 아이들로 놓고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에 기적을 이룰 수 있는 순간 (실제로 그 소원이 이루어질지 아닌지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마음을 고쳐먹고 아버지의 말대로 세계를 생각하는 어른으로 한 발자국 다가가게 됩니다. 이 장면의 연출이 굉장히 가슴 뭉클하게 표현되는데, 주인공인 아이가 지금까지 겪어왔던 경험들이 클로즈업된 컷으로 빠르게 교차됩니다. 눈물짓는 표정연기를 보여주거나 그 감정을 대사로 표현하지 않지만 주인공이 느낄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관객들에게 감동을 절절하게 전해줍니다.

 

 

아름다운 마음을 담은 작품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에서는 자극적인 것들이 인기가 많습니다. 총과 혈흔이 난무하는 영화는 흥행하기 좋습니다. 그래서 반대로 폭력이 없는 영화는 시시하고 잔잔하게 느껴집니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폭력과 갈등이 주요 무대가 아닌,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주요 무대인 영화입니다.

 

작품 내내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잘 표현되어있고, 그런 아이들을 보고 핀잔을 주거나 화를 내는 어른은 아무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까칠한 담임선생님도 사실은 주인공을 걱정해주는 좋은 선생님이었고, 막무가내로 모르는 사람의 집을 찾아가도 제 손자인 것처럼 먹여주고 재워주기까지 합니다. 사실 현실세계에서는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린아이에게도 가차 없이 손익을 따지는 어른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기적과도 같이 이런 마음 따듯한 일들이 연달아서 일어납니다. 그래서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그 아름다운 마음들이 느껴져 감동을 주게 됩니다.

 

'원더'라는 영화도 따듯한 일들이 기적처럼 일어나는 영화입니다만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 갈등은 거의 존재하지 않고, '원더'처럼 해피엔딩을 향해 과속을 하는 작품이 아니라 그저 그런 기적들을 열거해놓을 뿐이라는 점에서 더 잔잔하고 깊은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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