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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와 분석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리뷰 [ 국뽕 / 비 / 강소라 / 이시언 / 실화 / 일제강점기 ]

by 올때모기향 2023. 1. 24.

출처 : 다음 영화

 

오늘은 비운의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을 리뷰해 보겠습니다. 이 영화를 싫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직접 보고 느낀 바를 말씀드리고 왜 이렇게 혹평이 많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소재 선정의 미스

 

출처 : 다음 영화

 

엄복동의 소재는 탁월하다곤 할 순 없습니다. 찾아보니 자전거 도둑을 각색하여 영웅처럼 묘사했습니다. 사실 이런 각색의 대상이 악한지 선한지는 좋은 영화인지 나쁜 영화인지를 가르는 데는 하등 관련이 없습니다.

 

저는 영화를 볼 땐 영화 자체의 훌륭함을 살펴보지 감독의 성향이 어쨌니, 고증이 어떻니, 배우가 사생활이 문란하니 이런 사항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렇지 않나 봅니다. 우디 앨런 감독의 작품을 보지도 않고 혹평하고 이병헌이 싫다며 영화를 아예 보지 않는 분들도 계십니다. 물론 제가 그분들이 옳다 그르다 해명하고 실드를 치려는 것은 아닙니다. 사생활은 사생활로 남겨두고 영화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보자 그런 뜻입니다.

 

아무튼 엄복동이라는, 어찌 보면 범죄자를 영웅으로 각색하는 것은 티켓파워를 얻는데 실패한 모양입니다. 특히, 한국에선 일제강점기나, 일본에 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엄복동은 좋은 소재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과한 국뽕

 

출처 : 다음 영화

 

요새 한국에선 절대 절대 다루어선 안될 소재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소위 말하는 국뽕 소재입니다. 관객이 최근에는 한국역사에 대해 시니컬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습니다. 천만 영화로 위용을 떨친 '명량' 이후로 한국 영화에서 국뽕 소재는 크게 된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자전차왕 엄복동'은 국뽕이라는 벼랑 끝에서 크게 추락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기존에도 '지겹다', '일본, 북한 아니면 할 이야기가 없냐.'라는 식의 반응은 있었습니다만, 이번 영화에서 아주 두각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저도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인데, 많이 과했습니다. 특히 엄복동과 독립군의 연결고리가 크게 드러나지 않은데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카츠라라는 상대 일본 자전거 선수가 나오는데, 아주 극악무도하게 캐릭터를 잡아서 감독의 의도가 너무 뻔하게 느껴져 오히려 반감이 들었습니다.

 

사실 영화 후반까지는 꽤 볼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저냥 한 킬링타임용 영화라고 여겼습니다만, 마지막 장면에서 제 생각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엄복동을 지킵시다.'라면서 관객들이 우수수 나오는데... 국뽕이 너무 과했습니다. 여기서 저는 1차 쇼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애국가인지 아리랑인지 노래를 부르는데 거기서 2차 쇼크를 받았습니다. 감독의 의도라면 애국심이 차올라야 할 장면이었지만 저에겐 실소만 차올랐습니다. 

 

다른 관객들도 이런 점에서 '자전차왕 엄복동'을 국뽕이 과하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서서히 빌드업되는 국뽕 요소들, 마지막에 복장 터지듯 부풀어 올라 버린 억지 감동... 혹평받을만했습니다.

 

 

연출의 실패

 

출처 : 다음 영화

 

사실 '자전차왕 엄복동'은 리뷰하기에 정말 좋은 영화입니다. 글 적을게 많기 때문입니다. 리뷰를 적는 제 입장에선 할 말이 너무 많습니다. 소재, 스토리도 안 좋거니와 연출도 정말 안타깝습니다.

 

영화의 주 소재는 독립군 내용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제목에도 있듯이 '자전거'입니다. 옛날엔 자전차로 불렸지만 중요한 사항은 아니니 자전거로 말하겠습니다. 자전거를 휘두르며 일본군을 무찌르는 엄복동이 아니라 자전거 경주를 하며 일본군을 이겨내는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장면이 중요할까요? 자전거 레이싱 장면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근데 이렇게 힘 빠지고 재미없는 레이싱 장면은 정말 처음 봤습니다. 우선 자전거를 탈 때 배우의 표정연기를 보여준답시고 수직방향으로 달려오거나 달려 나가는 앵글을 굉장히 많이 썼는데, 레이싱 장면에선 지양해야 할 앵글입니다. 속도감 있게 움직여야 할 자전거가 수직방향으로 움직이니 전혀 역동적이지 않습니다. 전혀 레이싱 같지가 않습니다. 레이싱 장면에서 관객들이 원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을 전혀 충족시켜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전거가 너무 느리게 움직입니다. 자동차만큼 빠른 게 아닌 이동수단인 것은 알지만, 페달질하는 속도를 올려서 연기하던가, 잠깐 배속을 넣던가 하는 장면으로 했으면 더 레이싱스럽고 좋지 않았을까요? 안 그래도 느린데 레이싱 장면에 슬로장면은 왜 자꾸 넣는 것입니까?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레이싱 장면을 역동적으로 보여주고 싶으면 이런 식으로 촬영할게 아니라 카메라를 고정시켜 놓고 프레임을 가로로 지나쳐가는 자전거를 보여주어 역동적으로 만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수직으로 이동하는 자전거 컷을 넣을 거라면 상대편의 자전거는 빠르게 지나가는 컷을 넣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 쪽팀은 뒤쳐지는 반면에 다른 팀은 빠른 속도로 지나쳐가는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제가 영화를 만들거나 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레이싱장면은 좀 역동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자전차왕 엄복동'에서는 역동적인 장면이라는 아이러니하게 총격씬 밖에 없습니다. 제목에 있는 주제를 활용하십시오.

 

 

밈이 되어버린 엄복동, UBD

 

출처 : 비 인스타

 

영화 시사회를 끝내고 혹평을 들은 배우 비(정지훈)는 SNS에서 해선 안될 일을 해버리고 맙니다. 바로 인스타에 본인의 영화가 구리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특히 인스타에 비가 올려버린 글은 밈화되어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술 한잔 마셨습니다 ~ 별로 일 수 있습니다'는 여러 방면에서 쓰이는 레퍼토리가 되어버렸습니다. 분명 본인은 고통받고 있겠지만 너무 임팩트가 강했고 어찌 보면 한국 영화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비 MV 댓글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엄복동 밈은 이모티콘이었습니다. 짠하긴 하지만 창의력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 간간히 생각나는 유머입니다.

 

 

출처 : 나무위키

 

그리고 놀랍게도 비슷한 국뽕영화인 '명량'이 1700만 관객이고, '자전차왕 엄복동'이 17만 관객이 되어버렸습니다.

즉 엄복동 X100 = 명량이라는 뜻인데,  엄복동=UBD, '100 UBD=1 명량'이라는 놀라운 수치가 딱 맞아떨어지면서 엄복동 조롱의 가속화가 진행되었습니다. 2019년에 개봉한 영화이지만 놀랍게도 UBD는 아직까지도 쓰이는 조롱이자 밈이며 어찌 보면 영화계에 한 획을 긋긴 그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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