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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와 분석

영화 '판소리 복서' 리뷰 [개연성 없는 조합, 사라져가는 것들]

by 올때모기향 2022. 10. 29.

출처 : 네이버 영화

 

오늘은 영화 '판소리 복서'를 리뷰해보겠습니다. 제목부터 알 수 있으시겠지만 개연성 없는 이름이며 내용들도 일부러 개연성을 삭제하고 그 어이없음에서 웃음이 나오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개연성 없는 영화

 

 

사람들은 스토리를 읽어나갈 때 그것이 자연스러운지 부자연스러운지 알 수 있습니다. 수학적인 수치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알게 되죠. 개연성이 높다면 좋은 이야기이고 개연성이 낮다면 좋지 않은 이야기로 치부됩니다. 하지만 일부러 개연성을 거세한 영화라면 어떨까요?

 

'판소리 복서'라는 제목과 마찬가지로 내용에 개연성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판소리와 복싱은 허무맹랑한 조합이고 어디에서도 본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을 본인을 판소리 복서로 지칭하고 있으며, 여주인공인 민지라는 캐릭터는 개연성 없음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디서 온 캐릭터 인지도 모를뿐더러 병구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유도 명확하지도 않은데 러브라인에 빠지는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하도 스토리가 개연성 없이 흘러가 일부러 개연성을 거세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자연스럽지 못한 흐름만 제외하고 본다면 일반적인 스포츠 영화의 틀은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과거 활약했던 선수가 다시 재기하는 내용의 틀을 가지고 있는데 무개연성이 자꾸 난입하고 있어 그 어이없음에서 자꾸 웃음이 나옵니다. 그래서 스토리나 코믹한 장면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영화가 아니라 어이없음에서 나오는 웃음을 유발하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신선한 발상이라고 좋게 생각해봤습니다.

 

하지만 이런 무개연성을 일종의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스토리가 빈약한 B급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도

 

출처 : 네이버 스틸컷

제가 초등학생 시절 학교 앞에는 문방구가 4-5개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가보면 단 한 곳만 제외하고는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 애잔함을 '판소리 복서'에서 느끼실 수 있습니다.

 

'판소리 복서'에선 사라져 가는 것들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요즘은 거의 아무도 듣질 않는 판소리, 다이어트하는 곳이 되어버린 복싱장,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버린 필름 카메라 같은 것들이 등장합니다.

 

이런 것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영화이며 '그러한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었기 때문에 행복했다!' 정도가 영화에 담긴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병구가 숨을 거두는 듯한 모습을 암시하며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들의 총집합을 병구의 상상 속에서 재생시켜주고 있으며 '행복하게 살았대요'라는 대사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판소리처럼 흥겨운 컷 편집

 

출처 : 네이버 영화

 

판소리가 주는 장점은 바로 흥겹다는 것입니다. 그 흥겨움을 살린 장면이 몇 있는데, 판소리의 리듬에 맞춰 주인공들을 번갈아 보여주는 것으로 빠른 리듬감과 더불어 장면을 코믹하게 만듭니다.

 

판소리 복서 내용 자체로는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주제가 메인으로 다뤄지기 때문에 조금 분위기가 어두운 편에 속한다만 인물들의 대사나 스토리로 표현하지 못하는 코미디를 이러한 편집이나 연출로 대체하였다고 생각했습니다.

 


'판소리 복서'는 솔직히 많이 재밌거나 울림을 주는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 작품을 감상하고 견문을 넓힌다는 생각으로 감상하시면 '판소리 복서'만의 독특한 개성을 아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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