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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와 분석

영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리뷰, 스포 X [ 클린트 이스트우드 / 일본영화 / 전쟁의 희생자 ]

by 올때모기향 2022. 12. 8.

출처 : 네이버 영화

오늘은 어제의 영화 '아버지의 깃발'에 이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리뷰해보겠습니다. '아버지의 깃발'은 전쟁에 관한 PTSD를 크게 다룬다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전쟁의 참혹함, 희생자들의 모습을 깊게 다룬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깃발'과 동시에 만든 작품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를 시리즈로 만드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반대쪽의 입장에서도 영화를 만든다는 발상은 굉장히 신선하고 새롭습니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어제 리뷰한 영화 '아버지의 깃발'을 만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입니다. 두 영화 모두 이오지마 섬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깃발'은 2006년 개봉이며,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2007년 개봉입니다. 개봉 연도로 미루어 알 수 있듯, '아버지의 깃발'의 반대 진영을 표현한 영화가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입니다. '아버지의 깃발'을 만들며 자료를 준비하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이오지마의 편지를 읽게 되었고, 일본군의 입장에서 영화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여 두 영화를 동시에 촬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깃발'에서 나온 장면들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 똑같이 그대로 나온 장면도 있고, 전작에서 암시적으로만 표현된 부분이 후작에선 비교적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어떠한 사건이 일어나서 법정에서 잘잘못을 따질 때, 판사는 양쪽의 입장을 전부 들어보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두 작품은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영화의 내용이 미군이 잘했느니, 일본이 잘했느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지만 상황만 같이 공유하여 두 영화 모두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방식의 전개 방식은 영화는 아니지만 소설책 '냉정과 열정 사이'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헤어지게 된 부부가 등장하는 소설인데, 한 권은 남편의 시점, 한 권은 아내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어제, 오늘 리뷰하는 영화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전쟁 앞에서 한없이 무력하고 초라해지는 희생자

 

출처 : 네이버 영화

 

'아버지의 깃발'에서 전쟁으로 인한 PTSD를 주제로 다뤘다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전쟁 앞에서 한없이 초라하고 무기력한 개인, 희생자를 다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초반부터 징집으로 끌려와, 일본제국에게 충성을 강요받는 주인공이 나옵니다. 그 주인공은 동료와 애국심이 없는 말을 하다가 간부에게 맞기까지 합니다. 모든 생명들이 그렇듯, 죽고 싶어 하는 생명은 없습니다. 하지만 죽음이 확정된, 혹은 죽음이 가까워진 상황에서 일개 병사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기껏 고군분투하여 살아남아봤자 뒤틀린 애국심을 내세운 자살을 강요받습니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선 적군이던, 아군이던 모두 같은 희생자라는 것을 영화 내내 보여주고, 영화 말미에는 미군 부상자와 함께 들것에 실려 눕혀지는 주인공의 모습을 같은 컷으로 보여주어, 똑같은 전쟁의 피해자라는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아버지의 깃발'에서도 그렇듯, 이번 작품에서도 영화 전체적인 상황을 하나의 일화로 비유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헌병대에서 퇴출된 군인의 일화를 가져와 전체 상황을 비유합니다. 상관의 명령에 불복하여 민가의 개를 죽이지 않아 개만도 못한 취급을 당하며 두들겨 맞고 전쟁터로 보내집니다. 이렇듯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받는, 보잘것없는 것으로 취급되는 개개인을 안타까움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PTSD를 다룬 '아버지의 깃발'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이야기의 전개가 비교적 시간순으로 흐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절망 속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며, 디졸브 기법으로 회상신은 확실히 회상임을 알게 해 주어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깃발' 보다는 훨씬 몰입이 잘 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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