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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와 분석

영화 '돈 룩 업' 리뷰 [화려한 캐스팅, 무거운 주제는 가볍게, 성역마저 코미디로]

by 올때모기향 2022. 10. 23.

메인 포스터

한 동안 넷플릭스에서 초호화 캐스팅으로 유명했던 영화 '돈 룩 업'을 이제야 봤습니다.

자칫 무거운 주제인 지구 멸망이라는 소재를, 가벼우면서도 냉소적으로 비꼬면서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인 것 같습니다.

 

 

 

익숙한 얼굴들이 주는 편안함

 

출처 : 네이버 스틸컷

 

저는 영화를 보기 전 출연진, 예고편 같이 한 번 지나가다 볼 법한 정보도 다 차단하고 영화를 감상합니다.

사소한 정보 하나가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돈 룩 업에서 알고 있는 정보라곤 '레오나르도가 나온다', '유명한 배우가 많이 나온다.' 정도밖에 몰랐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정말 다양한 명배우는 물론 자칫 악수가 될 수 있는 아리아나 그란데까지 모두 완벽하게 영화에 녹아든 느낌이었습니다.

 

아무튼 초호화 캐스팅에 연기도 잘하고 유명한 배우가 줄줄이 나오니 연기 감상하는 맛도 있고 인물들의 얼굴을 의도적으로 각인시키지 않아도 돼서 편안한 감상이었습니다.

예전에 '나일강의 기적'을 봤었는데, 부끄러운 일이지만 영화를 보며 너무 졸아버렸습니다.

등장인물은 너무 많고 다 새로운 얼굴이며, '누가 누구지..?' 하는데 체력을 뺏겨 제대로 영화를 감상할 수 없었습니다.

 

 

 

 

무거운 주제는 가볍게

 

출처 : 네이버 스틸컷

 

영화 내에서 메인 토픽은 '행성으로 인한 지구 멸망'입니다.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내용을 작품 내에선 백악관 직원의 생일파티보다 못한 것으로 취급당합니다.

나중에 생각해보겠다고 하며 돌려보내고, 안다고 해도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할 생각뿐입니다.

지구 멸망을 얘기하는데 예산 삭감과 같은 현실적이고 아무래도 좋을 사사로운 얘기가 자꾸 끼어듭니다.

그렇게 해서 무거운 내용을 가볍게 보이게 만들려는 듯한 대화가 영화 내내 지속됩니다.

 

또한 배우들의 대사뿐만 아니라 감독도 독특한 화면 연출로 '가볍게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 지구 파괴 행성을 얘기하는 주인공들 중간중간에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구두 클로즈업 샷을 끼워 넣는다거나

갑자기 별 의미도 없는, 대통령의 손짓 같은 것들을 집중 촬영하고 그 장면을 끼워 넣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은 주인공들의 대사를 무척 중요하게 듣습니다.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대통령에게 말하는 건 허사였지만,

주인공들의 대화를 우연히 들은 행인은 갑자기 멈춰 서서 그 말이 사실이냐면서 진지하게 물어봅니다.

 

 

 

 

성역마저 코미디로

 

출처 : 네이버 스틸컷

 

옛날엔 그렇지 않았지만 요즘에 했다간 길거리에서 몽둥이찜질을 당하는, 성역 같은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농담, 인종에 대한 농담, 소수자에 대한 농담 같은 것들입니다.

예전엔 개그맨들이 피부를 검게 칠하고 흑인 분장을 해도 다들 웃어주었지만 요즘엔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영화 '버드맨'에서 '김치 냄새'라는 대사가 나와서 국내 언론에서 뭇매를 맞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돈 룩 업'은 무언가 다릅니다. 감독은 마치 '코미디는 코미디인데 왜 화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버드맨'에선 김치 냄새를 코믹하게 표현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고, 비하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화를 내었고

'돈 룩 업'에선 장애인이라는 개념을 코믹하게 표현하려는 의도가 있었고, 비하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웃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 영화 '화이트 칙스'에 나올만한 금발 백인 여성으로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역 그 자체를 비하 없이 표현하였기 때문에 불쾌감 없이 유머러스하게 웃어넘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왜 하필 제목이 '돈 룩 업'일까

 

출처 : 네이버 스틸컷

영화 제목이란 매우 매우 중요합니다. 감독도 물론 절실히 알고 있습니다.

영화의 아이덴티티이자, 세속적으로 말하면 흥행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게 제목입니다.

'처녀와 총각의 꿈을 향한 사랑여행'과 '라라랜드' 중 어떤 영화를 더 보고 싶을까요?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아무튼 제목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희망이 가득한 '저스트 룩 업'이 아니라 왜 아무런 희망도 꿈도 없는 '돈 룩 업'이 제목일까요?

제 생각엔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사회를 최대한 비꼬고 싶었고,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를 장악한 휴대폰 기업가..  MeTUBE라는 동영상 플랫폼.. 지지율만 생각하는 정치인들..

대부분이 현실과 비슷해 보입니다. 기나긴 시간이 지나 외계인이 '돈 룩 업'과 다큐멘터리 영화를 비교했을 때 어느 것이 가짜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요?

 

감독은 영화 내내 사회현상들을 시니컬하게 비꼬고 코미디로 승화하면서도 결말까지 그 태도를 잃지 않았습니다.

'너희들 현실 문제들은 해결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정치, 가십 같은 것만 생각하지? 그렇게 놔두면 어떻게 되나 보여줄게.'

를 몸 소 실천하듯 '돈 룩 업' 파는 모두 몰살하고 '저스트 룩 업'파도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합니다.

 


 

오랜만에 흥미로운 블랙코미디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대부분 재난영화가 그렇듯 어떻게든 지구를 구해내는데, 시원하게 폭발시키는 것도 기존 영화들과는 차별점이 되어 더욱 재밌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바로 감상하실 수 있으니 '돈 룩 업' 재밌게 감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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