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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와 분석

영화 '나이브스 아웃' 리뷰, 분석 [ 명작 / 추리 영화 / 미스터리 영화 / 다니엘 크레이그 / 크리스 에반스 ]

by 올때모기향 2022. 12. 15.

출처 : 네이버 영화

 

오늘은 영화 '나이브스 아웃'을 리뷰해보겠습니다. 오래간만에 본 수작이며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스토리도 결코 평면적이지 않아 예측하기 힘들고, 뛰어난 미장센, 기본에 충실한 연출, 효과적인 연출, 섬세한 디테일 모든 점이 훌륭한 영화입니다. '나이브스 아웃'을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오늘 영화는 꼭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기본에 충실해 탄탄하고 변칙적인 기술을 구사하는 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의 언어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관객들이 눈치 못 챌 정도로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있습니다. '나이브스 아웃'에선 추리, 미스터리 장르라는 주제에 맞게 그에 가장 효과적인 영화의 언어를 알맞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품 내에서 클로즈업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클로즈업은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촬영법입니다. 브누아 블랑 역의 다니엘 크레이그가 용의자들을 심문할 때나, 겉으로 드러나는 갈등이 나올 때 클로즈업이 들어갑니다. 같은 클로즈업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상황의 심각도에 따라 속도가 다르게 나옵니다. 인물들이 과거의 갈등을 회상할 때는 서서히 클로즈업돼서 긴박감이 다소 떨어지며 인물의 과거 회상에 동참하는 느낌이 들게 했습니다. 반면에 사설탐정이 압박적으로 질문할 땐 다소 속도가 빠른 클로즈업으로 인물이 받는 부담감을 간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문받는 입장과 심문하는 입장의 차이를 숏의 차이를 통해서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문받는 입장에선 얼굴과 표정을 더 섬세히 관찰할 수 있는 화면으로 프레임을 가득 채워 인물의 압박감을 느낄 수 있는 클로즈업을 채택했지만 심문하는 입장에서는 그만큼 압박감을 느낄 이유가 없고, 실제로도 느끼지 않으므로 클로즈업이 아닌 다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미디엄숏을 채택했습니다.

 

또한 기본에도 충실하지만 변칙적인 테크닉에도 굉장히 뛰어납니다. 간병인인 마르타 역의 아나 디 아르마스 배우가 유산을 전부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 전체에게 압박 질문 공세에 시달리게 되는데 그 순간 평소에는 전혀 흔들림 없는 카메라가 갑자기 핸드헬드 카메라로 바뀌어 화면을 정신없이 흔들어버립니다. 저는 특히 이 장면에서 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핸드헬드 기법이 쓰인 장면은 딱 이 순간뿐입니다. 다른 장면들이 안정적으로 촬영되었기 때문에 단 한번 사용된 기법이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감독은 무수히 많은 선택지 중에 가장 우수한 선택지를 고르는데 천재인 것 같습니다.

 

 

장르적 한계를 깨부순 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모든 장르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화려한 히어로물은 스토리가 뻔하다는 것에 있고, 오늘과 같은 작품은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는 것에 있습니다. 영화 '나일강의 죽음'은 같은 추리물이지만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하나하나 알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최악인 부분은 비슷하게 생긴, 비슷한 헤어스타일, 같은 헤어 색을 한 인물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나이브스 아웃'은 이런 단점을 아주 효과적으로 극복했습니다.

 

바로 비교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할 때도 그냥 외우면 어렵지만, 대상을 나누어 비교하면서 외우게 되면 각 각 다른 특징들이 눈에 들어와 외우기 쉽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작품에서는 비교를 통해 다양한 인물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위 스틸컷에서 보시다시피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각각 다른 독특한 개성으로 영화를 조금만 보다 보면 어떤 인물들인지 눈에 확 들어오게 됩니다.

 

초반에 인물들을 하나하나 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등장인물들을 한 명씩 심문하게 되는데 모두 같은 자리에 앉혀 배경이 전부 같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관객은 배경에 집중하지 않고 매번 달라지는 인물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모두 같은 질문을 받게 되는데, 인물들의 대답이 다른 것으로 각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인물은 같은 사실을 트위터에서 봤다고 하고 B라는 인물은 그 사실을 신문에서 봤다고 대답하는 장면을 교차 편집합니다. 이렇게 대사 한 마디로도 비교를 통해 그 인물들의 성격이 대략적으로 파악됩니다. 한 명씩 지루하게 심문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이렇게 효과적인 교차편집을 통해 캐릭터들을 묘사하게 되면 지루한 설명이 될 수 있는 장면을 보다 빠르게 진행시키고 관객들에게 더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설명이 지루하고 길어질 수밖에 없는 추리물이지만 설명을 최대한 제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시작하자마 대저택의 사물들을 하나하나 클로즈업 한 컷을 이어서 보여줍니다. 그 사물들을 보고 저택의 주인이 대강 어떤 사람인지 관객들이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주인이 나와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슨 일을 이뤄냈고...' 라며 지루하게 일장연설을 늘어놓지 않아도 됩니다.

 

추리물의 클리셰로도 등장하는 장면을 아주 재밌게 비튼 장면도 있습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혼자 사건의 진척을 보며 사색에 잠기는 장면이 있는데,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독백 장면에 유머스러운 장면을 넣어 기존의 클리셰를 깨면서도 아주 재미있는 장면이 되었습니다.

 

 

섬세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디테일하면 봉준호 감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늘 작품의 감독인 라이언 존슨 감독도 상당한 디테일을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장식물인 칼로 된 조각상을 인물의 어디에 배치시키는지 아주 섬세하게 표현되어있습니다. 처음 인물들의 소개에 해당하는 부분은 칼들의 중심점이 되는 곳에 인물을 두지 않습니다. 중심에서 조금 엇나가게 인물을 앉혀 심문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들어서게 되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을 칼들의 중심이 되는 곳에 놓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누구고, 중요한 장면이 언제인지 섬세한 방식으로 힌트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극 중에서 다니엘 크레이그가 신발을 벗고 수사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다니엘 크레이그의 양말은 귀여운 눈꽃 모양 패턴으로 나옵니다. 007 시리즈로 인물의 이미지가 확고하게 잡혀있는 배우를 이런 작은 소품 하나로 전작의 이미지를 벗게 하는 연출은 상당히 섬세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섬세한 표현법으로 감독이 힌트를 많이 주는 영화입니다. 예를 들어 저택 주인의 가족들을 심문할 때는 집 안에서 하게 됩니다. 모두 죽은 아버지를 위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론 위하지 않는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실제 가족이 아닌 간병인은 집 밖에서 심문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도 죽은 인물들 가장 위하는 사람입니다. 심문을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이 인물이 영화에서 어떤 인물이고 어떠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는 많습니다. '나이브스 아웃'에선 영화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저택이라는 이점을 잘 살린 미장센, 음악의 적절한 활용이 이 영화를 마스터피스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의 오프닝을 본 사람은 아마 그 장면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화려한 음악과 박자에 딱 딱 맞게 진행되는 씬은 아직까지 훌륭하다고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나이브스 아웃'에서도 오프닝부터 '베이비 드라이버'를 생각나게 만듭니다. 음악과 박자의 타이밍에 맞게 컷이 넘어가며 저택의 아름다운 사물들을 하나씩 보여줍니다.  지루할 수 있는 도입부에 적절한 음악을 가미하여 신나고 경쾌하게 표현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름다움의 기준이란 개인마다 다른 것이지만 '나이브스 아웃'은 이쁜 영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택에 즐비해있는 멋진 사물들, 그 배치, 건물의 구조를 보고 감독의 미적 감각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생각했고, 특히 조명을 사용하는 방식이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어둠에서 얼굴을 살짝 비치는 순간, 범인의 접선지에 찾아갔을 때의 조명 등 영화의 모든 요소를 아주 효과적으로, 아름답게 사용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래간만에 본 아주 훌륭한 수작이었습니다. 사실 '나이브스 아웃'을 모르고 있다가 후속작이 광고를 하길래 흥미가 생겨 본 것입니다만 이렇게 좋은 영화일 줄은 몰랐습니다. 조만간 후속 편이 나온다고 하는데 같은 감독의 시퀄로서 얼마나 저에게 더 영화적 감명을 줄지 기대됩니다. 또한 이번 작품으로 다니엘 크레이그라는 배우를 알게 되었고 그의 작품을 더 찾아보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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