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리뷰와 분석

영화 '그 남자, 좋은 간호사' 리뷰, 스포일러X [심리 표현에 탁월한 영화 / 현직 중환자실 간호사가 보는 그 남자, 좋은 간호사]

by 올때모기향 2022. 11. 1.

출처 : 네이버 영화

그 남자, 좋은 간호사 리뷰를 해보겠습니다. 실제로 제가 중환자실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시간에는 이전 리뷰와는 다르게 실제 병원과 영화가 어떻게 다른지 짚어보는 시간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클로즈업을 통한 심리 표현에 탁월한 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를 연출하는 방식엔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카메라의 각도나, 위치 등등 고려해야 할 것은 무수히 많습니다.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클로즈업 방식을 통해 인물들의 심리를 깊이 있게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시작하면 처음부터 서서히 에디 레드메인을 클로즈업합니다. 에디 레드메인의 멍한, 오리무중 한 표정연기가 많이 나오는 작품인데, 영화 첫 시작부터 '나 이런 영화입니다.'하고 알리는 것 같습니다.

또한 영화 내 등장하는 CPR 상황 같은 긴박한 순간들도 환자 및 주변을 마스터 샷으로 찍는 것이 아니라 두 주연 배우들을 클로즈업하여 각 상황에 맞는 심리를 엿보거나 '지금 저기서 인물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점을 관객에게 던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 클라이맥스에서도 에디 레드메인과 제시카 차스테인을 번갈아 찍으며 스토리에 극에 다다르게 되는데 배우들을 프레임에 담을 때 헤드룸을 남겨두지 않는 클로즈업을 사용하여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인물들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촬영하였으며,  알 듯 말 듯 오리무중 한 에디 레드메인의 표정연기를 클로즈업 화면으로 보는 것도 '그 남자, 좋은 간호사'를 감상하시는 백미가 될 것입니다.

 

현직 중환자실 간호사가 본 '그 남자, 좋은 간호사'

 

출처 : 네이버 영화

 

본업이 중환자실 간호사인지라, 의료 관련 영상을 볼 때 고증이 확실한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나름 고증이 철저한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현실과 다른 점, 나름 고증 철저한 점 등을 몇 가지 나열해 보겠습니다.

 

1. 실제 중환자실은 보호자 상주가 힘듭니다.

상주하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그땐 환자가 우울감이 너무 심하거나, 환자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협조가 안되고 난리를 친다거나 할 때만 어쩌다가 시켜줍니다.

 

2. 환자 체위변경은 두 명씩 합니다.

의식이 없는 환자들은 가만히 누워있으면 몸 뒷부분에 욕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시간마다 체위 변경을 하게 됩니다.

제시카 차스테인이 무거운 환자를 혼자서 체위 변경하다 심장병이 더 악화되는데, 간호사 혼자서 체위변경을 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특히 영화에서 인공호흡기 하고 있는 환자를 체위 변경하는데, 관이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이 혼자서 하면 안 됩니다.

 

3. 간이 약국이 30년 전에 있었다는 게 대단합니다.

에디 레드메인이 어떤 기계에서 약물을 빼내게 되는데 영화 배경이 30년 전인데도 벌써 그런 기계가 도입됐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다니는 병원은 이제 1~2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4. 약품 절도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옛날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요즘엔 약물 관리를 철저하게 하기 때문에 몰래 약을 빼내는 게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500원짜리 약 하나도 실 개수가 맞는지 확인하며, 에디 레드메인이 편법으로 기계에서 약물을 빼는데, 오늘날엔 주기적으로 약국에서 IN/OUT을 확인하기 때문에 절대 모를 수가 없습니다.

 

5. 인슐린은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냄새가 나는 약물은 많은데, 중환자실에서 흔히 사용하는 인슐린은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일하다 보면 감각이 예민해지는데, 인슐린을 섞었다면 그 냄새로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환자가 사망할 정도로 많이 인슐린을 넣었다면 그 냄새가 더 강할 것입니다.

 

6. 실제로 사망한 환자는 간호사가 정리를 합니다.

영화에서도 제시카 차스테인이 사후 정리를 하는 것으로 나와있는데, 실제로도 담당 간호사 및 동료 간호사가 정리를 하게 됩니다. 장의사분들은 정리가 다 끝난 뒤 장례식장으로 데려갈 때만 오십니다.

 

7. 원인 모를 사망은 있을 수가 없다.

중환자들은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하게 되며, 혈액검사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고, 예방을 할 수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혈당을 확인했을 텐데 그걸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그리고 갑자기 환자가 사망했다면 얼추라도 원인에 대해서 기록을 합니다. 원인을 전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괴질이어도 괴질로 인한 어떠한 장기부전으로 사망이라고 기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8. CPR이 너무 빠르다

영화 내에선 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가슴압박을 1분도 안 하고 전기쇼크를 주고, 약을 투여합니다.

하지만 실제론 최소 2분 동안 가슴압박 후 다음 절차가 진행됩니다. 상황의 긴박감을 주기 위해 단 시간에 여러 처치를 하는 모습을 담은 거라고 생각됩니다. 

 

9. 환자가 주변인을 못 알아볼 때

환자가 의식이 떨어지더니 주변인을 못 알아볼 때 제시카 차스테인이 바로 환자에게 이름을 물어보고 여기가 어딘지 물어봅니다. 실제로도 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뇌 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 펜라이트로 동공을 비춰보는데, 이것도 실제로 하는 절차입니다. 그리고 정말 영화 내에서 동공이 수축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뇌 문제가 아니라 저혈당으로 인한 의식저하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제가 아는 분야가 나오니 할 말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단락은 제가 일하는 곳은 이렇다 뿐이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병원 고증 말고도 클로즈업을 통한 인물들의 심리 표현이 탁월한 작품이니 '그 남자, 좋은 간호사' 넷플릭스에서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