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와 분석

<이니셰린의 밴시> 아일랜드 내전에 빗댄 개인의 비극, 해석과 리뷰

올때모기향 2023. 3. 21. 15:00

마틴 맥도나 감독의 신작 <이니셰린의 밴시>를 감상하고 왔습니다. <이니셰린의 밴시>는 아일랜드 내전 시기에 있었던 두 남자의 비극을 다루는 작품으로, 다소 어려워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니셰린의 밴시
이니셰린의 밴시

 

목차

1. 정보

2. 출연진

- 2.1. 콜린 파렐 (파우릭 설리반)

- 2.2. 브렌단 글리슨 (콜름 도허티)

- 2.3. 배리 키오건 (도미닉 커니)

3. 줄거리

4. 해석 & 리뷰

- 4.1. 주연 배우 모두 아일랜드 출신

- 4.2. 아일랜드 내전의 상처

- 4.3. 친절함 VS 명예

- 4.4. 이니셰린의 밴시 뜻

 

1. 정보

장르 : 드라마/코미디

감독 : 마틴 맥도나

출연진 : 콜린 파렐, 브렌단 글리슨, 베리 키오건

러닝타임 : 114분

평점 : 7.0

 

2. 출연진

2.1. 콜린 파렐 (파우릭 설리반)

콜린 파렐
콜린 파렐

짙은 눈썹이 인상적인 콜린 파렐입니다. 이번 작품 역시 연기력은 당연하고, 눈썹을 八자 모양으로 만들면서 인상 쓰는 게 전매특허입니다. <이니셰린의 밴시>에서는 아일랜드 지역 이니셰린이라는 섬에서 가축을 기르며 살아가는 중년 남성으로 등장합니다.

 

여동생과 같이 살아가며 절친인 콜름과 매일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게 일입니다. 이번 작품에서 조금 놀랐던 게, 콜린 파렐이 상당히 늙여서 놀랐습니다. 이전에 제가 좋아하는 <더 랍스터>나 <세븐 싸이코패스>때만 생각해서 그런지 나이 들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나이가 50에 가까워지니 어쩔 수 없긴 한가 봅니다.

 

2.2. 브렌단 글리슨 (콜름 도허티)

브렌단 글리슨
브렌단 글리슨

파우릭의 친구 역할로 등장하는 브렌단 글리슨(콜름 도허티)입니다. 마틴 맥도나 감독의 이전 작품인 <킬러들의 도시>에서도 콜린 파렐과 같이 등장했으며, 그때의 명장면으로 많이 회자되는 위 스틸컷을 가져와봤습니다.

 

<이니셰린의 밴시>에서는 콜린 파렐과 절친이었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중년 남성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콜린 파렐에게 절교를 선언합니다만 그 이유를 아주 시원하게 말해주지 않습니다.

 

왜 자기랑 얘기를 하지 않냐며 자꾸 귀찮게 구는 옛날 친구에게 '나에게 말을 걸 때마다 내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버리겠다.'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2.3. 배리 키오건 (도미닉 커니)

배리 키오건
배리 키오건

<이니셰린의 밴시>에서 약간 모자라지만 착한 역할로 등장하는 배리 키오건(도미닉 커니)입니다. 배리 키오건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휘어잡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그린 나이트>, <이터널스>에서도 그랬듯 독특한 외모로 인해서 그런지 씬을 더 장악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배리 키오건은 콜린 파렐과 이전에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킬링 디어>라는 작품으로 같이 합을 맞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두 배우의 합이 굉장히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그 이전에 두 배우 모두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이긴 합니다.

 

3. 줄거리

1920년도 아일랜드 내전시대, 외딴섬인 '이니셰린'에서 매일 펍에서 맥주를 마시는 두 절친이 있었습니다. 과거형으로 쓴 이유는 이제 더 이상 절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콜름(브렌단 글리슨)에게 펍에 가서 맥주를 마시자고 파우릭(콜린 파렐)이 말하지만 들은 체도 안 합니다.

 

콜름은 파우릭에게 더 이상 같이 시간을 보내기 싫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갑자기 싫어졌기 때문'입니다. 왜 싫어졌는지는 끝끝내 밝혀지지 않습니다. 콜름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인생의 낙인 파우릭은 당연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콜름에게 왜 그러냐며 따집니다. 하지만 그런 파우릭에게 '말을 걸 때마다 내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라며 으름장을 놓아버립니다. 두 사람의 의견은 전혀 좁혀지지 않은 채 파우릭은 마음의 고통을, 콜름은 신체의 고통을 받습니다.

 

어떻게 보면 갑자기 변해버린 친구 사이에 일어난 비극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배경을 잘 생각해 보면 아일랜드 내전으로 비유된 두 사람(두 진영)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해석 & 리뷰

4.1. 주연 배우 모두 아일랜드 출신

아일랜드 출신 배우들
아일랜드 출신 배우들

콜린 파렐, 브렌단 글리슨, 배리 키오건, 콜린 파렐의 여동생으로 등장하는 케리 콘돈 모두 아일랜드 출신의 배우입니다. 이 영화의 소재를 생각해 보면 굉장히 탁월한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는데, 1920년도 아일랜드 내전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나라의 비극을 가장 몸소 느낄 수 있는 것은 역시 그 나라의 출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 출신 감독인 마틴 맥도나는 아무리 아일랜드를 탐구한다고 하더라도 그 국민보다 비극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랜드 출신으로 구성된 배우진들이 보여주는 아일랜드 영화는 다른 작품들보다 더 진실성 있고, 뛰어날 수밖에 없는 여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4.2. 아일랜드 내전의 상처

영화에서 대놓고 아일랜드 내전을 비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콜린 파렐과 브렌단 글리슨이 각각 내전에서의 상대 진영을 뜻하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전날까지 한 민족이었다가 전쟁으로 인해 서로 상처를 주는 상황을 '절친이 갑자기 절교를 선언한 상황'에 대입시켜 영화를 보여줍니다. 명확한 이유를 말해주지도 않고, 확실한 이유를 알아내지도 못한 채 내전이 벌어지게 됩니다.

 

내전으로 인해서 콜린 파렐은 크나큰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고, 브렌단 글리슨은 마음의 상처는 물론, 손가락이 잘리는 몸의 상처까지 입게 됩니다. 하지만 내전의 양 진영은 증오로서 상대방을 싫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 한편으로는 상대방을 아껴주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콜린 파렐이 경찰에게 폭력을 당한 뒤 땅에 쓰러져있자, 브렌단 글리슨을 그를 일으켜 마차에 태우고 어느 정도 함께 가줍니다. 이런 모습을 봐선 서로에게 아직 온정이 남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세력의 전쟁으로 인해 파우릭의 당나귀, 콜름의 강아지와 같이 무고한 피해자가 생겨날 수 있음을 암시적으로 보여줍니다. 콜름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상처의 상징으로 인해 무고한 당나귀가 죽고 맙니다. 반면에 파우릭은 강아지를 무고한 피해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마음을 쓰는 모습을 보입니다.

 

4.3. 친절함 VS 명예

이니셰린의 밴시 스틸컷
이니셰린의 밴시 스틸컷

영화 두 주인공들의 입에서 작품 속 가장 중요한 주제가 등장합니다. 파우릭은 '그저 NICE하면(친절하면) 된 것 아니냐.'라고 물어보지만 콜름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이 기억에 남냐.'라고 반문합니다.

 

모차르트 같은 거장의 음악은 길이길이 남지만 단순히 친절한 사람은 길이길이 남지 못한다고 하며 콜름은 파우릭에게 절교를 선언하는 이유 아닌 이유를 설명합니다.

 

이것 또한 내전에 빗대어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식민지배가 끝난 뒤, 서로 행복하고, NICE하게 살아가면 되지만 그 단순함을 벗어나기 위해 더욱 높은 목표를 이루다가 내전이 발생한 것을 돌려 말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니셰린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은 도미닉(배리 키오건)입니다. 순수하리만큼 솔직하고, 암수를 두지 않습니다. 그런 도미닉이 이니셰린에서 가장 사악하고, 그와 대척점에 있는 악인인 아버지 같이 살고 있는 것 또한 두 민족이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생각합니다.

 

4.4. 이니셰린의 밴시 뜻

밴시
밴시

밴시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밴시는 '요정언덕에서 온 여자'라는 뜻의 아일랜드 언어라고 합니다. 여러 특징들이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는 특징은 바로 '죽음을 예고한다'는 점입니다.

 

<이니셰린의 밴시>는 작품에서 두 가지로 존재합니다. 첫 번째는 바로 파우릭의 고모입니다. 파우릭의 고모는 정말로 위 사진의 밴시처럼 입고 다니며 음침한 소리를 해댑니다. 실제로도 '두 명이 죽게 된다'라며 불길한 소리까지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우릭 남매는 고모를 피해 다닙니다. 내전으로 인한 불행한 죽음을 싫어하는 아일랜드인의 심정을 암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콜름이 만든 음악의 이름입니다. NICE한 파우릭에게 절교를 선언해 가며 음악을 만들었는데, 그 제목이 불길하기 짝이 없습니다. 같은 민족끼리 고통을 주며 이루어낸 성과는 결국 죽음을 예고하는 불길한 여인만큼 불행한 것이라는 뜻 같습니다.